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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과거와 달라..시스템 위기 확대 안돼"
일감몰아주기 개선해야하지만 유연성도 강조
"스타플레이어, 조그만 기업도 똑같이 규율"
"ICT플랫폼 제재 넘어 시장 구조 개선도 필요"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일부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벌은 우리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 줬다. 법 위반이 있다면 엄격히 제재하겠지만, 지금 재벌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처럼 재벌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지는 않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재벌관이다. 지난 9일 후보자 지명 이후 발언이 없던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비교적 재벌, 갑을관계, 경쟁정책 등 공정위 주요 정책에 대해 비교적 소신을 밝혔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행 아직 남아 있어”

그의 재벌관은 전임인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큰 차이는 없다. 조 후보자는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역할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법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표적인 불법행위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다. 그는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인해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도 재임 중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 개선에 주력했다.

다만 미묘한 차이는 있다. 조 후보자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재계 상위 그룹을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은 게임에서 심판장이다”면서 “스타플레이어도 규율해야 하지만, 작은 기업이 반칙을 해도 이 역시 잘못된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공정경제 기조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그는 “심판은 어떠한 경우에도 룰이 중요하다”면서 “일관성 원칙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기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인 만큼 공정위의 심사나 늦어진 의사결정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지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소재·부품·장비 계열사와 내부거래 문제에 대해서도)일감몰아주기 예외적 조항인 긴급성을 적용할 수 있을지 명확히 밝히면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혁신성장 정책 방점 “ICT플랫폼 시장 구조 개선 모색”

조 후보자가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낸 분야는 혁신성장 정책이다. 조 후보자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새로운 경제흐름 속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관행을 개선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경쟁당국인 공정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해 시장구조 개선 의견을 내고 혁신성장과 관련된 규제개선사항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시장내 친경쟁적 환경을 조성하는 ‘경쟁주창(competition advocacy)’을 강조하긴 했지만,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진입장벽을 허문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갑질근절, 재벌개혁에 집중한 탓에 개혁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조 후보자는 특히 애플, 구글,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조사 중인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ICT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면서 “이런 사건들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만큼, 개별 사건의 조사·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갑을관계 개선도 단순히 거래관행을 바꾸는데 주력하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을의 힘을 키울 수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갑을관계 개선은 굉장히 절실한 문제이지만, 수많은 민원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면서 “가맹점을 희망하는 점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가맹점주가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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