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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테러 배후는 이란' 몰아붙이지만 군사공격 수위 조절
이스라엘 등으로 확전 우려… '재선에 표 안된다' 판단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타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보복 여부가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건 이틀 만에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대한 공격 메시지의 수위를 조심스레 조절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당장 군사 개입할 가능성은 작지만, 사우디와 이란이라는 중동의 두 맹주(盟主) 간 갈등이 표면화된 만큼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배후라는 설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확인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가공할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그 누구와도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제재로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미국과) 협상하고 싶어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내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예정된 건 없다"면서도 "이란은 결국 우리와 만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바로 전날 트위터로 "범인이 누군지 안다. 우린 장전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며 대(對)이란 군사행동을 시사한 것과는 뉘앙스에 차이가 난다.

미국은 이란을 이번 공격 배후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공격 주체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공격이 이란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공격에 대한 성급한 결론에 반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예멘 반군의 자기 방어 행위"라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과 협상은 없다"고 했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란 내 혁명수비대 같은 강경파가 로하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와 권력투쟁 끝에 도발했다' '사우디 내 특정 세력이 예멘 반군을 도왔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향후 대응 방식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란을 놓고 두 개의 정치적 본능 사이에 끼었다"고 했다. 한쪽엔 당장 이란을 때려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중동의 동맹을 보호하고 국내 매파를 만족시키고 싶은 충동, 다른 한쪽엔 적성국 이란과 정상회담 등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트럼프표 핵 합의' 업적을 이루려는 욕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미 언론들과 싱크탱크는 트럼프가 '확전 자제'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 중동 정책의 핵심은 미군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해외 방위비 부담 절감을 위해 '중동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고, 현재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 핵 합의를 깬 것도 갈등을 키우려는 목적보다는 오히려 자기 주도로 새 판을 짜기 위해서이며, 이란의 반미(反美) 혁명 이래 40년 만의 첫 미·이란 정상회담 등을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그 자체로도 군사 강국인 데다 헤즈볼라·하마스 같은 테러단체와 연계돼 있어, 섣불리 이란을 건드렸다간 시리아·이라크·이스라엘 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도 "사우디가 미국의 무기를 많이 사는 동맹이긴 하지만 트럼프가 사우디 유전이 공격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란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은 사이버 공격이나 제재 강화 등 우회적 압박을 계속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FP는 전망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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