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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작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시각적 자극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모티브

심점환 ‘고도를 끌어당기다’(사진=미광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생긴 것 입은 것이 똑같은 두 사람. 뭔가에 놀란 듯 표정까지 똑같다. 그런데 조금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이들은 똑같은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란 것을. 석고상으로나 볼 법한 옛 철학자를 본뜬 그 가면 말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은 이거다. 저들은 왜 노을 지는 시간 황량한 바위에 죽치고 있어야 하는가. 가면은 뭐고, 손에 쥔 주사위는 또 뭔가. 이것은 대체 환상인가 현실인가.

그림 한 점에 수많은 의문을 붙인 건 작가 심점환이다. 작품명부터 말이다. ‘고도를 끌어당기다’(Tow Codot·2016)라니. 세상에 ‘고도’는 하나였다. 아일랜드 출신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부조리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1953)에 등장하는 그 ‘고도’. 사실 ‘등장한다’에도 어폐가 있다. 두 무숙자가 50년이나 기다렸다는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작가는 ‘끌어당겨라’고 했나.

생각을 강요하는 작품이다. 의도했다면 성공했다. 답은 오지 않을 거고,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일이 삶이란 걸 일깨우려 했다면.

19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 미광화랑서 여는 초대전 ‘기억과 사유’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3×97㎝. 작가 소장. 미광화랑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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