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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대 묵인희 연구팀 발견
ㆍ기존엔 독성 물질 제거 집중
국내 연구진이 노인성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사진) 연구팀은 뇌 속에서 면역 기능을 맡는 세포의 움직임을 조절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뇌 속에 쌓이는 독성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손상해 생기며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몸속에서 감지되면 싸움을 벌이는 면역세포 ‘미세아교세포’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베타 아밀로이드에 짧은 기간 노출된 미세아교세포는 내부에서 에너지를 빠르게 생성해 면역 기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에 오랜 기간 노출된 미세아교세포는 달랐다.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이 고장 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감마인터페론’이라는 치료 물질을 집어넣어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썼다. 실제 감마인터페론 투입 뒤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뇌 속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줄어들고 인지 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실험용 쥐를 통해 확인했다. 망가진 자동차를 정비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 것이다.
과학계에선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다른 나라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문제를 일으킨 물질을 없애는 직접적인 치료 방법이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제거하는 치료는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중증으로 접어든 뒤에는 뇌 속 구조가 이미 망가져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는 충분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묵 교수팀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뇌 면역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해 종전에 없던 치료 기술을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묵 교수는 “감마인터페론으로 뇌 속 면역 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좀 더 연구해야 규명할 수 있다”며 “그런 과제들을 매듭짓는다면 임상시험 등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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